(인터뷰) 설채현 수의사, “강아지는 여자친구와 같아요~”

[올치올치] 최근 각종 방송사의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 꼭 등장하는 남자가 한 명 있다.

SBS ‘동물농장’, MBC ‘하하랜드’, 채널A ‘개밥주는 남자’,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 등 지상파와 종편 등 간판 ‘펫 방송’에 해결사로 등장하는 남자.

바로 ‘설채현’ 수의사다. 이름만 들으면 여자 같지만 남자 수의사다. 누구보다 작년 한 해 바빴을 그를 2018년 새해 첫 인터뷰 대상으로 취재를 했다.

포털에 설채현을 검색하면 몇 개의 인터뷰 기사와 방송 동영상이 나온다. 요즘 가장 핫(HOT)한 설채현 수의사의 기본 정보와 반려견 행동치료에 관한 뻔한 얘기들은 스킵하기로.

반려인과 비반려인은 누구보다 검색을 통해 그에 대해 잘 알것이다. 뻔한 얘기는 짧게 하고 날카롭게, 엉뚱하게, 재미있게 얘기를 나눈 썰을 풀겠다.

그를 만난 장소는 설 수의사가 운영하고 있는 ‘그녀의 동물병원’ 진료실. 이름 잘 지었다.

보통 동물병원 이름하면 OO동물병원, OO동물의료센터 등이 대다수다. 병원 이름도 나름 차별화를 꾀한 듯. 그런게 ‘그녀’는 누굴까? 기자만 이런 생각한건 아닐꺼다.

진료실 문 앞에서 갑자기 마주친 설 수의사는 양치 중이었다. 하얀 게거품을 문 그도 당황했는지 친절히 진료실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양치를 마무리하고 하얀 치아로 밝게 웃으며 깍듯이 인사하는 설 수의사. 의외였다.

기자가 과거 몇 명의 수의사를 만나봤지만 다들 거만했다. ‘도대체 뭘 취재하겠다는거냐’, ‘난 별로 할 말이 없는데?’, ‘조중동도 나한테는 굽신거린다’ 등 오만방자한 태도로 일관하는 두 얼굴의 그들에게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를 겪은지라 수의사에 대한 인상이 매우 안 좋다.

인터뷰 전 설 수의사도 방송물을 깨나 먹은 사람인지라 혹시나 거만한 태도를 보이면 한 마디 따끔하게 하고 박차고 나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얀 치아와 하얀 피부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취재진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에 살짝 긴장을 풀게 되었다. 방송을 제대로 한 번도 못 봤던 기자는 TV로 얼핏 본 그는 키 187 이상이라 생각했다.

기자의 눈썰미로 빠르게 스캔. 설 수의사는 키 177에 70키로 정도였다.(깔창을 장착했는지 여부는 미처 확인 못했다.) 안경을 낀 그는 지적이며 훈남으로 방송계에서도 선호하는 그런 얼굴상이었다.

서론이 길었다. 짧게 쓸라고 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Q. 요즘 다수의 방송에 나오며 얼굴이 좀 알려졌을텐데 혹시 연예인병 안 걸리셨는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요. 아직까진 정상인것 같습니다. 제가 말을 재미있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그런데 아주 가끔씩 알아보시는 분들은 계세요.

기자 : 방송 좀 타면 보통 거만해지더라구요~

그래서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방송 섭외가 들어오면 반려견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왠만하면 거의 출연을 하려고 합니다.

기자 : 네~ 더 유명해지시더라도 제발 제발 초심 잃지 마시고, 모든 분들께 지금처럼 친절히 좋은 인상 남겨주세요~^^

Q. 방송나오면서 병원 수입도 늘어나셨죠!?

병원 오픈한지 3년정도 되었는데요, 방송나가고 나서는 좀 더 많이 찾아와 주시는 것 같아요. 일반 진료보다는 확실히 행동진료가 많아졌구요.

기자 : 그럼 일반 진료보다 행동진료가 더 비용이 비싸겠네요?

초진비가 2시간에 30만원 정도 하는데요, 여기에 상담과 행동진료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겁니다. 진료가 끝난 후 따로 추가 상담비는 발생하지 않구요.

기자 : 아… 네… 생각보다 비..싸..네요.

Q. 그냥 수의사가 아닌 동물행동 치료와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자격을 갖춘게 인상적인데요..

여러가지를 공부하면 넓게 한 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강아지를 훈련시킨다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훈련사 대신 ‘트레이너’란 말을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2013년에 여자친구의 강아지가 분리불안이 상당히 심했어요. 그런데 도무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거에요. 외국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고 결국 약물에 대해 배우러 미국을 갔어요.

미국에는 동물정신과 전문의가 있더라구요. 미국 UC데이비스와 미네소타대에서 익스턴십으로 동물행동치료를 공부했습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왔다가 트레이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다시 미국으로 가서 6개월 동안 동물 훈련사 양성기관으로 유명한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자격을 획득했어요.

그런데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구요. 5지선다형이 아닌 7지선다형으로 모두 정답 같기도하고.. 행동학이 상당히 어렵기도 하구요. 어디가 아프면 이상행동을 보이는데 그럴 경우 보는 시각을 넓혀줘 지금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동물행동상담사 등을 공부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Q. 요즘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에 대해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이 나와 교정을 하고는 하는데 그런 방식에 대해 찬성을 하시는 편인가요?

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행동교정을 하는 모습을 봤는데요, 바람직한 교육도 있지만 잘못된 것이 방송에 나와 저도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한 출연자가 배변패드 위에서 간식을 주더라구요. 저는 순간 경악했습니다. 강아지들은 먹는 공간과 배변 공간이 철저히 분리되거든요. 그런데 배변패드 위에서 간식으로 교육을 하게 되면 그 곳에서 배변하기가 당연히 어려워지는건 뻔하지 않습니까.

또, 요즘 뼈가 목에 걸려 내원하는 강아지들이 부쩍 많아졌어요. 인터넷이나 방송에서 생닭을 먹여도 괜찮다는 것을 보고 많은 반려인들이 그렇게 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죠. 생뼈를 잘 못 먹게되면 식도나 위에 구멍이 뚫릴 수 있고 심하면 장폐색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초크체인이나 하네스로 강압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반대하구요, 반려견이 아닌 ‘애완견’이라면 그렇게 하라고 충고드립니다.

Q. 작년 한 해 동물을 사랑해야 하는 수의사가 오히려 동물학대를 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돈벌이에 안달난 수의사들 때문에 수의사 이미지가 상당히 안 좋아졌는데요, 같은 수의사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일들을 접할때 본의 아니게 보호자들께 죄송합니다. 그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수의사회 내에서 자정활동을 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구요.

기자 : 동물병원비 다들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진료비가 합리화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표준수가제를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사람과 같은건 힘들고 독일식 수가제처럼 약간의 차등을 두는 수가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반려동물 보험도 활성화되어 보다 많은 반려인들이 부담없이 병원을 내원하셨으면 합니다.

Q. 비양심적으로 진료비를 부풀려 받는 수의사들이 많은데 설 수의사님은 양심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제가 비양심적으로 생겼나요?

객관적으로 보면 저는 지극히 양심적인 수의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 그래요? 그럼 수의사님은 광견병 예방백신 얼마짜리를 추천하시나요? 저는 보통 2만원대를 맞추고 있습니다..

아 그러세요? 저는 광견병접종을 해야하는 기간차이가 너무 많지 않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관납백신하라고 소신껏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기자 :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저희 강아지 ‘요미’ 중성화 수술 시킬때 총 비용이 100만원 정도 들었는데 그건 적당한 선인가요?

검사항목과 환자상태에 따라서 다를 수있지만 건강한 아이의 중성화라면 제 기준에서는 과하다고 생각됩니다.. 보호자 분들이 몇 군데 알아보시고 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는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자궁축농증이나 유선 종양을 방지하고 중성화 수술을 통해 평균 수명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중성화에 대한 거부감이 많으신데요, 동물의 성적욕구를 해소시켜 줄 수 없다면 수술을 해 주는게 보호자나 반려견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거든요.

Q. 갑툭튀 질문이긴한데 결혼은……..?

네 결혼한지 2년 됐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분리불안 심한 여자친구 반려견 있잖아요? 그 여자친구가 지금의 와이프가 되었습니다.

기자 : 아.. 네.. 많은 여성팬들이 아쉬워하겠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Q. 당연히 반려견 키우셨을텐데 소개 좀..

고2 때부터 키운 슈나우저 강아지 ‘슈나’인데요, 작년 4월 15살의 나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노환과 지병으로 떠났죠. 제가 수의사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한 원인제공견이기도 하구요^^

현재는 강아지를 키우진 않고 있어요, 애기를 낳고 5살이 넘어갈 때 기회가 되면 다시 키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애기가 있는 상태에서는 강아지가 당연히 행복할 수 없거든요. 모든 에너지를 애기에 집중해야 되니까요. 그런 경우 많은 강아지들이 불행해져요. 산책도 못 나가게 되고.. 그래서 애기와 말이 통하는 5살 이후가 적당하다고 보호자들께 말씀드리곤 합니다.

Q. 올 해 계획에 대해

행동학 관련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려구요. 기회가 된다면 상담과 교육과 약물처방을 같이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보호자들에게 한 말씀해 주세요~

절대 강아지를 의인화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역지사지는 좋은데요, 의인화는 금물입니다. 보호자 분들도 공부를 많이 하셨으면해요. 무엇보다 강아지와 보호자의 유대감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Q. 반려동물 전문 언론 ‘올치올치’ 공식 질문, 설채현 수의사한테 반려견이란?

서로 이해하지 못하면 소통이 불가능한 여자친구와 같은 것 같아요.

‘화성에서온 남자 금성에서온 여자’와 같은 베스트셀러가 있듯이 남자와 여자는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서로 이해하지 못해 싸우고 헤어지기도 하잖아요. 이처럼 강아지들은 우리와 다른 종에 언어도 다르기 때문에 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내내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예상시간 보다 훌쩍 넘어섰다.

처음 거만한 수의사면 어쩌지 하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이 젊은 수의사가 우리나라 수의계 미래의 한 축을 이끌 수의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단, 전제조건은 지금처럼 착한 마음씨를 유지할때다. 안하무인 거만떨면 당연히 불가능)

설 수의사에 대해 알기는 짧은 시간이었다. 지능적인 언론 플레이를 노린 하얀 치아와 하얀 피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공략하는 꼼수에 기자가 당했을 수도 있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

아무튼 설 수의사의 첫 인상은 100점 만점에 90점! 나머지 10점은 나중에 술 자리를 한 번 만들어 술 먹이고 진심이 뭔지 파헤쳐 봐야겠다.

설 수의사의 방송을 보는 반려인이 얼마나 많겠는가! 딸을 내주는 장인어른처럼 깐깐하게 이것저것 봐야한다. 기자의 임무다. 독자의 알 권리 보호는.

기자의 반려견 ‘요미’도 몇 가지 문제행동이 있다. 뭐, 기자가 잘못해서 그런거다. (요미야.. 미안해.. 다 오빠가 잘못했어..) 나중에 설 수의사에게 요미랑 같이 들르기로 했다.

그 때 기자의 눈과 보호자의 눈으로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취재해 다시 기사를 올릴 생각이다.

아무쪼록 설채현 수의사가 더 많은 공부를 해서 우리나라에서 수의사이자 동물행동 전문가로 원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스스로 돕는다면 하늘에 있는 ‘슈나’가 나머지는 도와줄 것이다.

최신 기사


올치올치 페이스북

올치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