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에 구멍난 럭키

Posted by | 2016년 02월 15일 | TOP, 애니멀라이프

지난번에 소개한 호동이를 취재할 당시 입양센터에는 눈에 확 띄는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럭키’라는 까만 푸들 강아지였습니다. 소형견이기도 하고 푸들이라서 곧 입양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입양이 된 줄로만 알았던 럭키. 그러나 아직까지 입양센터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럭키에게는 과연 어떤 참혹한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럭키는 2014년 12월 케어 답십리입양센터로 왔습니다. 지난번 인터뷰를 했었던 케어 김은일 팀장님이 발견을 했는데 케어 포천보호소를 가기 위해서는 어떤 비닐하우스를 하나 지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곳에는 언제부터인지 작고 까만 푸들 한 마리가 줄에 묶여 한 겨울에 눈, 비 할 것 없이 맞으며 밖에서 떨고 있었습니다.

2015-01-29 20.56.17

사진=케어

 

제대로 된 집 하나 없고 주변은 온갖 쓰레기와 배설물로 엉망인 상태였습니다. 한 눈에 봐도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는 방치된 유기견 같아 보였습니다. 알고 보니 근처에 사는 어떤 아주머니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강아지라고 합니다. 결국 한 겨울에 집도 없는 작은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보고만은 있을 수 없어 아주머니를 설득해 구조를 하게 됩니다.

 

구조를 하고 동물병원으로 가서 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럭키의 참혹한 과거가 밝혀집니다. 멀쩡한 줄 알았던 럭키의 귀에는 종이를 뚫을 때 사용하는 펀치로 뚫은 구멍이 양쪽 귀 모두에 나 있었습니다. 또 나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빨을 봤는데 사람 치아처럼 송곳니와 앞니 모두 일자로 반듯하게 갈아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구멍이 뚫린 걸로 모자라 구멍에서 바깥쪽으로 찢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귀 양쪽을 고무줄 같은 걸로 뒤로 묶어 놓아 피가 통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자 조직이 괴사되어 생긴 상처로 보입니다. 누가 이런 몹쓸 짓을, 잔인한 짓을 했을까요?

1423307500457

사진=케어

1423307615057

사진=케어

1423307506296

사진=케어

1423307503800

사진=케어

 

럭키는 몸에 마이크로칩이 있는 걸로 봐서 주인이 있던 강아지였습니다.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정신지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녀를 둔 여자가 아주머니한테 떠맡기고 간 것이라고 합니다. 그 여자가 유력한 학대 용의자로 추정됩니다. 그 학대 용의자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을 해 보았지만 결국에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남은 건 몸과 마음이 구멍 뚫린 상처받은 럭키뿐.

 

럭키는 현재 6살 남자아이입니다. 다른 강아지들과는 다르게 학대의 상처가 영원히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그 흔적이 너무나 분명해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들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플 것 같다는 이유로 쉽게 입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처 받은 럭키는 잘 지낼까요? 여러분의 상상과는 달리 아주 밝게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대 받고 버려진 강아지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말입니다. 기자 본인도 갈색 푸들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검정 푸들 럭키의 사연을 알게 되고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아립니다.

 

noname01

noname02

 

지난 1월에는 입양을 희망하는 가족들이 나타났지만 몇 번 오고 가더니 결국엔 입양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내와 자녀들은 모두 찬성을 했지만, 남편이 최종적으로 유기견은 아닌 것 같다는 인식을 바꾸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럭키는 새로운 가족의 품에 안기는가 싶었는데 그 꿈은 또 좌절되고 맙니다.

 

지난달 럭키가 잘 지내고 있는지 연락했을 때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혹시나 건강상 무슨 문제라도 생긴건 아닌지… 다행히 갈린 이빨 치료를 하기 위해 치과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갈린 이빨은 신경이 나와있었고 이 신경을 타고 음식물이 들어가게 되면 염증이 생겨서 이빨 뿌리까지 녹을 수 있기 때문에 발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위 앞니 5개를 뽑게됩니다. 사람도 치아 한 개를 뽑으면 아프다고 난리인데 럭키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역시 럭키는 씩씩하게 치료를 잘 마무리하고 다시 센터로 돌아옵니다.

noname03

 

그럼 밥을 어떻게 먹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도 밥은 잘 먹어요~” 라는 의외의 답변이 나옵니다. 습식사료나 물에 불려주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까진 럭키가 식욕이 왕성해 그렇게까지 안 해도 어금니로 오독오독 잘 씹어 먹는다고 합니다.

 

간사님들한테 애교도 많습니다. 봐달라고, 안아달라고 적극적인 애정표현은 물론이고 다른 낯선이에게도 친화적이어서 금방 친해집니다. 이렇게 럭키는 마음의 상처가 빨리 치유된건지, 원래 밝은 성격이어서 그런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센터 생활을 씩씩하고, 명랑하게 잘 해 나가고 있습니다.

IMG_0188

사진=케어

 

검정색 푸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종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검정색 강아지를 무섭게 생각하는게 일반적입니다. 인간도 백인과 흑인, 황인종이 있듯이 개들 또한 마찬가지로 여러 종과 색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과거 흑인 노예 생활부터 현재까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왜 인간은 사람이나 동물의 색깔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일까요?

 

럭키 또한 털은 검은색이지만 그 마음만은 함박눈처럼 새하얀색일 것입니다.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유기동물들의 외모보다는 친화력은 있는지, 성격은 온순한지, 나와 얼마만큼 교감하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먼저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름이 럭키이듯, 그 행운이 언젠가는 찾아오길 기대합니다. 럭키를 입양해 가는 분들 또한 인생에 있어 행운이 늘 따르길 또 기원합니다.

입양문의 : 케어 답십리 입양센터 070-4259-8886

 

[올치올치] 반려동물 전문 언론 ‘올치올치’에서는 동물병원 의료사고, 사료⋅간식⋅용품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 각종 사건⋅사고 등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desk@olchiolchi.com)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