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돌아간 여름이 그 후…솜방망이 처벌에 두번 우는 보호자

Posted by | 2019년 02월 26일 | TOP, 사건/사고

[올치올치] 작년 5월 보도했던 “수술 후 부작용으로 고개 돌아간 강아지와 견주 앞에서 웃은 동물병원 원장” 기사를 본 많은 독자들이 피해 보호자와 반려견 여름이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은 가운데 큰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최근 보호자 A씨는 얼마전 ‘올치올치’에 여름이의 근황을 알려왔다.

사진=작년 제보 당시 수술 후 부작용으로 고개가 돌아간 여름이

지난 기사를 요약하자면 2017년 6월 A씨는 대전 서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여름이의 귀 염증 치료를 진행했다.

하지만 수술 후 다시 염증이 재발했고 20일 넘게 하루 4대의 주사를 맞췄다. 퇴원을 했지만 여름이가 물을 많이 먹는 이상증세를 보였고 C동물병원에서 피검사 결과 간수치가 1000이 넘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 C동물병원 수의사와 A씨는 스테로이드계 주사를 계속 맞은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상세한 진료기록을 요청했지만 컴퓨터가 고장났다는 황당한 말로 거절당했고, 스테로이드계 주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원장의 말 역시 소송 과정 중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아주 정확하게 기재할 정도로 보호자 A씨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났다.

심지어 항의하는 보호자와 고개가 돌아간 여름이를 보고 “하하하” 소리를 내며 웃어 보호자를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다. 결국 A씨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승소 확률이 희박한 소송을 진행해야만 했다.

※ 지난 기사 보기

https://www.olchiolchi.com/%EB%8B%A8%EB%8F%85-%EC%88%98%EC%88%A0-%ED%9B%84-%EB%B6%80%EC%9E%91%EC%9A%A9%EC%9C%BC%EB%A1%9C-%EA%B3%A0%EA%B0%9C-%EB%8F%8C%EC%95%84%EA%B0%84-%EA%B0%95%EC%95%84%EC%A7%80%EC%99%80-%EA%B2%AC%EC%A3%BC/

1년이 넘는 소송이 진행되면서 법원에서는 결국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동물병원 원장이 받은 처벌은 ‘수의사 면허 효력정지 8일’과 고작 과태료 10만원이었다.

A씨는 “참 심신이 지치는 힘든 싸움이었다. 조정 당시 사과는 꼭 받고 싶다고 했더니 피고 수의사가 흥분하며 스테로이드가 독약이냐고 되려 화를 내서 조정 또한 불성립되었다”며 “피고의 마지막 준비서면에서 그동안 쟁점이었던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해 답변서에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보조적으로 권유하였다고 답변하였는데 실제는 스테로이드는 가루약에 첨가하여 넣은 것이며, 피고 소송대리인이 상담 시 잘못 이해하여 기재했다’는 식으로 쟁점을 완전히 뒤흔드는 답변을 하는 바람에 기가 막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게다가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리고 신문사에 제보를 하면서 자신의 동물병원을 비방하는 악성 민원인것처럼 인신 공격을 받았다”며 “수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여름이의 MRI를 찍지 못해 이의제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입증을 위해 생명을 걸지 않은 점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동물병원 원장도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에 따랐고 A씨는 더이상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그렇게 1년만에 소송이 종료됐다.

A씨는 “돈은 상징적 의미로 1만원만 받아도 좋다고 생각했다”며 “재판이 끝난 후 유독 비뚤어져 보이는 여름이 고개는 죄책감을 들게 했다. 괜히 도중에 끝냈나, 더 싸웠어야 하는 건가, 여름이가 나를 탓하나 하는 그런 마음들로 정말 힘들었다”며 흐느끼면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의료기록도 담당기관인 구청에서조차 받아주지 못했고, 재판을 통해서 겨우 받을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내용이 부실하기 그지 없고, 그것이 사실인지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이중, 삼중으로 저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아직도 그 동물병원과 법원 앞을 지나갈 때면 마음이 많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원장 수의사가 이 글을 봤으면 한다며 어느 카페에 올린 글 중 일부를 옮기며 여름이의 사진으로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선생님, 저는 18년 전에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습니다.

대전의 대학병원에서 여러 차례 암으로 치료받다가 더 큰 병원으로 옮기자 싶어 서울로 갔는데, 그 병원에서는 저희 아빠가 암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1년을 다른 치료를 받았는데, 1년 후에 암이 맞았다고 하더라구요. 이미 암은 다 퍼졌고,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 의사를 의료사고로 소송하지 않았습니다. 가장을 보내서 정신없고,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그런 걸 할 수 없었기도 했지만, 그 의사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정말 미안해했거든요.

제가 여름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설마 제 아빠보다 사랑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소송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건 사람이 신이 아니기에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번 소송을 하면서 저희 가족끼리 이 얘기를 얼마나 여러 번 했는지 모릅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저희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셨다면 이번 소송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진=미용 후 미용실에서 아주 예쁘게 찍어준 여름이 사진.(미용사들도 미용 전에 “실례지만 이 아이 어디 아픈가요?”라며 묻는다고…)

[올치올치] 반려동물 전문 언론 ‘올치올치’에서는 반려동물 의료사고, 사료⋅간식⋅용품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 각종 사건⋅사고 등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desk@olchiolch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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