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한 새끼곰, 철창이 아닌 생츄어리로”

[올치올치] 지난 8일 경기도 여주의 한 농장에서 탈출한 새끼곰이 포획되어 다시 농장주에게 되돌아간 것과 관련 생츄어리 건립을 강조하며 동물자유연대가 성명을 발표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탈출한 새끼곰, 철창이 아닌 생츄어리로 가야한다

8일 경기도 여주에서 철창을 탈출한 새끼곰이 소방관들에 의해 포획되어 여주시청 환경과를 거쳐 농장주에게 되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이 사람과 곰 모두 탈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안도만 하고 넘어가서도 안 될 일이다. 피해가 없었던 건 다행스런 일이나 이러한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 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잠금장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시설에 자연에서 살아가야 할 곰을 들여왔으며, 이도 모자라 무분별하게 증식하는 상황에서 더 큰 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번에 곰이 탈출한 농가만 하더라도 확인 된 탈출사건이 2006년부터 올해까지 일곱 차례나 되며, 이 과정에서 모두 4마리의 곰이 사살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해당 농가는 지난 달 동물보호법과 수의사법,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곰을 도살하고 불법으로 취식한 혐의로 동물자유연대로부터 고발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더욱 놀랍고 참담한 점은 이러한 사실을 정부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수십년동안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농가에서 수년동안 불법증식 한 곰의 숫자만 35마리이다. 사육과정이 온갖 불법으로 얼룩져 있지만 약간의 벌금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달 농장주가 운영 중인 농장을 방문했을 당시 여주 소재 농장에서는 임신 중인 개체를, 용인 소재 농장에서는 7마리의 새끼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 차례 벌금형에도 불구하고 불법증식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이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제적멸종위기종을 신고 없이 불법으로 증식 한 경우 정부가 몰수토록 하고 있다. 농가에서 사육 중인 곰들은 국제적멸종위기종 1급인 반달가슴곰으로 불법증식된 개체는 당연히 몰수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몰수 및 보호를 위한 공간이 없다는 핑계로 난색을 표하면서도 정작 이 곰들을 보호하기 위한 생츄어리 건립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분명 ‘웅담 채취’라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비극이지만 그 고통을 오롯이 감당하고 있는 것은 해당 농가를 포함한 전국 30개 농가에 갇혀 있는 430여 마리의 사육곰들이다. 이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고통스러운 삶을 연장하고 있다. 잠시의 자유만을 누린채 지옥과도 같은 철창으로 되돌아간 새끼곰 역시 수십 년 동안 이와 같은 삶을 견뎌내야 할 운명이다. 이 생명들을 철창에서 꺼내어 야생은 아니더라도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그것이 우리사회가 이 생명들을 위해 마땅히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그러나 사육곰 생츄어리는 곰 뿐 아니라 인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많은 동물단체들은 성행하는 야생동물카페 등을 바라보며 야생동물과의 접촉으로 인한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1,192만명의 환자와 54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경우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갖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사람과 동물 사이의 ‘생태적 거리두기’가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생츄어리는 이미 인간사회에 들어온 야생동물들과 최소한의 거리를 지키기 위한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그럼에도 생츄어리 건립이 언제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해 환경부가 사육곰을 포함한 중대형 포유류를 위한 몰수동물보호시설 설계 및 건립예산을 제출했지만 정부예산안에는 포함되지 못 한 채 사장되었다. 환경부는 시민사회의 압력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부실한 예산안을 제출하고, 기재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단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예산안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환경부가 제출한 2021년도 ‘몰수동물 보호시설 예산안’은 정부가 문제해결에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며, 올해 정부예산안에 오를 수 있을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정부가 스스로 40년 전 잘못 끼운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고, 사육곰들의 고통을 끝내도록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종합적인 야생동물관리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환경부는 사육곰의 불법증식을 막고 열악한 사육환경 개선하라.

하나, 기재부는 ‘몰수동물보호시설 예산’을 정부예산안에 반영하라.
하나, 사육곰 농가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강력 처벌하라.

2020년 7월 9일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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