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국 발 한국 행 비행기 항공사 "생후 5개월 된 강아지는 화물칸으로 모시겠습니다"…동물학대 논란

내년 1월 10일 미국 LA를 출발, 한국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예약한 한 여성과 반려견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결혼식을 제때 못 치를 걱정, 반려견은 생명을 건 위험한 비행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던 예비신랑 제보자 정 씨는 올치올치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생후 5개월 된 강아지를 화물칸에 넣으라는 것은 동물학대를 직접 하거나 돈 없으면 유기를 하라는 뜻이죠..”

사진=좌 신비, 우 루비

사진=좌 루비, 우 신비. 신비는 현재 생후 4개월 0.5kg.

정 씨는 현재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내년 5월 한국계 미국인 조 씨와 한국에서 결혼을 할 예정이다.

안타깝게도 조 씨는 지병인 섬유근육통(몸의 여러 곳에 통증을 발생시키는 만성 질환)으로 아침, 저녁으로 약을 복용하고는 있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를 쇼크로 쓰러지는 것에 대비해 도우미견의 도움을 받으며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사진=루비

사진=조끼에 ‘SERVICE DOG’ 명찰이 붙어 있는 루비. 루비는 보호자의 신체 이상을 감지해 미리 알려줌으로써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조 씨는 한국에 들어와 결혼 준비를 미리 하기 위해 내년 1월 국내 P 항공사 비행기를 예약했다.

조 씨는 장애인 도우미견 1마리(루비, 말티즈 암컷)과 도우미견 훈련을 준비하는 반려견(신비, 말티즈 암컷)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루비의 관절 상태가 좋지 않아 만약 한국에서 수술을 하게 된다면 그 역할을 신비가 대신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장애인 도우미견을 제외한 나머지 반려견은 기내 탑승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유에 대해 P 항공사에 문의를 했지만 늦은 회신은 물론 돌아온 답변은 “안전상 문제와 동승객들의 불편함(알러지 문제 등)으로 탑승이 불가능하며 내규상 1인당 1마리의 반려견만 가능하기 때문에 둘째 반려견은 화물칸에 태우거나 아니면 기내 한 좌석을 더 구매하는 방법 뿐이다”라는 말이었다.

조 씨는 미국 현지의 동물병원 의사의 소견서를 토대로 둘째 반려견을 화물칸에 태우는 것은 ‘동물학대’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P 항공사 상담원은 “그 문제는 고객님이 결정하실 문제이지 저희와는 무관합니다”라는 차가운 답변을 또 다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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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 LA 현지 동물병원 의사의 소견서. 주요 내용을 보면 반려동물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하고, 6개월 미만의 강아지는 특히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사망 또는 부상의 위험이 현저히 높다는 내용. 마지막에 의사는 신비의 작은 체구와 나이때문에 화물칸 태우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의 소견을 내 놓았다.

반려견을 화물칸이 아닌 기내에 탑승하는 방법이 남아있지만 빈 좌석을 구매하는 좌석비 약 130만원, 반려견 출국을 위해서 실시하는 신체검사와 서류준비에 30만원, 검역관 승인 비용 20만원, 비행기 탑승비 20만원 등 총 200여만원이 소요된다.

결혼을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하는 조 씨의 입장에서는 큰 비용일 수 밖에 없다.

다른 해결방법을 찾던 정 씨는 P 항공사의 예외 내규를 발견한다. 내규의 내용은 ‘반려견이 2마리인 경우 2마리 모두 같은 종의 6개월 미만이고, 2마리의 무게가 케이지 포함 5kg 이하이면 기내 탑승을 허한다’.

조 씨의 장애인 도우미견 루비는 3살 3kg이고 생후 4개월 된 반려견 신비는 0.5kg이 채 되지 않는다. 예외 내규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지만 루비가 3살이기 때문에 결국 탑승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대체 6개월이라는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P 항공사에 문의해봤다.

기자 : 반려견 2마리가 예외 내규 중에서 6개월이라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탑승이 안 된다고 하는데 이 규정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요?

P 항공사 관계자 : 반려견을 기내 탑승시키는 규정은 각 항공사마다 서비스 수준이 다릅니다. 항공사 자체적인 내규에 따르고 있습니다. 6개월이 넘어가면 큰 개에 속한다고 판단, 여러모로 안전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 6개월이라는 기간이 정해진 것 같습니다.

기자 : 6개월이라는 기준은 강아지 종마다 크기가 작을 수도, 클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6개월이라는 기간을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무게 규정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지만 말입니다. 그럼 6개월 기간 규정에 대한 수정 생각은 있으신지요?

P 항공사 관계자 : 현재로서는 내규 수정 계획은 없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국토부에도 문의했다.

기자 : 요즘 반려견을 동반한 여행객들이 많아졌는데요, 항공사의 이 같은 규정때문에 많은 승객들이 여행을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이런 규정들을 좀 더 완화시키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토부 담당자 : 규정에 대해서 수정을 권고할 수 있지만 비행기라는 특수한 공간에 많은 승객들의 편의나 기타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개별 항공사에서 정하는 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국토부나 항공사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씨는 “약혼자에게 루비는 생명을 보호해 주는 큰 역할을 하는 소중한 친구와 같은 존재다”며 “화물칸에 태우라고 동물학대를 부추기고 있는 항공사와 이에 대해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수많은 반려동물 가족들이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더이상 피해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반려동물 관련 항공법과 항공사들의 반려견 탑승 규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반려동물의 생명이 위협 받는 것은 곧, 승객의 생명을 위협 받는 것과 같다. 반려동물의 생명도 소중한 생명이다”고 말했다.

사진=밥 그릇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신비

사진=밥 그릇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신비

미국에 있는 약혼자 조 씨는 “미국의 경우였으면 새끼 강아지를 화물칸에 넣는 것은 ‘동물학대’ 행위로 형사 고발감”이라며 “미국과 많이 다른 한국의 규정과 정서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강아지 한 마리에 대한 자리값을 내라는 것은 장삿속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띠로 두른 루비와 발 밑 신비

사진=띠로 두른 루비와 발 밑 신비

한편, P 항공사는 현재 동물보호 캠페인을 비롯 반려동물 동반시 혜택을 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부터 각 항공사는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라는 현혹적인 문구를 자리값으로 계산, 반려견 동반 규제 완화 및 각종 프로모션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규제 완화는 생색내기에 불과, 좀처럼 반려견과 해외 여행을 다니기는 역시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각 항공사들이 각종 이벤트를 할 것이 아니라 반려견의 가족 입장에서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내규 수정으로 보다 많은 반려인들이 마음 놓고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정말 참다운 항공 서비스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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